고등학교 때 국정교과서 속의 시를 한두 개를 외우긴 했지만 그저 글자로만 기억하고 있을 뿐 그 속뜻을 헤아리려 하지 않았다.
그런데 좋아하는 시인이 좋아하는 시들을 엮은 책이라고 해서 선뜻 집어 들었던 책이다.
책 속을 펼쳐보니 그때 그 학창 시절에 선생님이 그렇게도 외우라고 소리치던 시들이 많았다.
그렇겠지 교과서에 실릴만한 시였으니 인생시이기도 했었겠지..
그렇지만 그땐 그걸 몰랐었다.
어느덧 나이도 들고 인생도 알만한 나이가 되고 보니 시가 마음에 와닿았다.
시인의 마음을 알 것도 같은 시들이 수두룩 했다.
사실 나는 나태주 시인이 이렇게 나이가 드신 분인지 몰랐다.
시인의 감성 때문이었지도 모르겠지만 젊은 시인인 줄 알았다. 아니 젊지는 않더라도 내 나이쯤 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.
책의 첫 장을 넘기면 시인의 시가 내 글씨처럼 삐뚤빼뚤 적혀있다.
반듯한 글씨보다 이러한 글씨를 좋아하는 나를 아는 듯이...
그리고 다음장을 넘기면 세월을 거슬러 고등학교 때 국어시간으로 돌아가는 느낌으로 가득하다.
그래서 그때는 이해하지 못했던 시들이 지금에서는 이해하고도 넘치는 걸 알 수 있었다.
새삼 내가 똑똑해져서가 아니라 세월이 주는 힘일 거란 생각이 든다.
남편이 즐겨 부르는 노래가 시인줄 이 책을 보고서야 알았다.
조용남의 모란동백으로 알고 있던 가삿말이었는데 시였구나..
원래 제목은 '김영랑, 조두남, 모란, 동백'이라고 한다.
시는 사실 노랫가사에 많이 녹여있기도 하다는 걸 안다.
시라는 사실을 알고 나니 '모란동백'노래가 싫지 않을 거 같다. 사실 남편의 주사였기 때문에 모란동백이 좋은 노래임에도 싫었던 적이 있었다.
책 속에서 제일 좋은 시가 정두리시인의 그대라는 시다.
'그대와 나는 내리내리 사랑하는 일만 남겨두어야 합니다'라는 구절이 좋다.
모든 시인의 시들이 다 좋았지만 특히 좋았던 '그대'라는 시다.
그렇지만 책 속의 시들이 다 좋았던 건 아니지만 나태주 님의 '시가 인생을 가르쳐준다'라는 이 책은 내가 뭔가를 배우고 있다는 느낌이 들게 하는 책이다.
어렸을 때 책을 딱 펴고 사람수를 헤아리며 친구들이랑 딱밤 맞기를 하는 게임을 한 적이 있다.
사람수가 많이 나오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말이다.
이 책은 이렇게 책을 딱 폈을 때 보이는 시를 하나씩 날마다 읽어보는 것도 좋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.
한번 읽고 책장에서 자리만 잡고 있을 그러한 책이 아니라 날마다 하나씩 읽어보면 감정이 좀 더디게 나이가 들을 거란 생각이 든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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